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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하자마자 속도위반 ‘아찔’…김만배 1박 2일 밀착 추적기
일요신문15일 전
[일요신문]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입에 관심이 집중된다. 먼저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폭탄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하지만 김 씨는 이들과 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차량을 타고 시속 170km를 넘나드는 추격전을 벌이고, 아파트에 들어가 두문불출할 정도로 언론을 피했다. 법정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에 질문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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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월 24일 새벽 0시 3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시속 170km 추격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출소를 1시간 앞둔 11월 23일 밤 11시쯤부터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취재진과 유튜버·시민 등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영상·사진 기자들은 포토라인 뒤로 카메라 거치대와 사다리를 설치했다. 이날 현장에는 취재진 30여 명과 취재 차량들이 라이트를 켠 채 대기했다. 법조출입기자단(풀단)은 사전 질문지를 정리하고 질문할 기자를 선정했다. 한 유튜버는 이 같은 현장 상황을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했다.

앞서 이날 오후 출소에 앞서 김만배 씨 측은 기자들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 법정에서 모든 걸 말씀드리겠다”며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겠다.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 거주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있으니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재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입장문을 전달했다.

11시 51분쯤 김만배 씨를 태울 차량이 구치소 정문 앞에 세워졌다. 기자가 차량 창문 넘어본 내비게이션의 목적지까지 거리는 11km였다. 구체적인 목적지를 확인하려고 계속 쳐다보자, 운전기사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지웠다. 다만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경기 수원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구치소에서 김 씨가 2014년부터 소유한 수원 장안구 소재 아파트와 거리도 약 11km이기 때문.

10여 분 뒤인 11월 24일 새벽 0시 3분 김만배 씨가 구속 기간 만료로 구치소에서 출소했다. 김 씨는 포토라인에 선 뒤 “소란을 일으켜 여러모로 송구하다. 그리고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서 죄송하다”며 “향후 재판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0월 20일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11월 21일에는 남욱 변호사가 각각 구속기간 만료로 출소한 바 있다. 김 씨와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에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22일 함께 구속기소됐다.

그런데 갑자기 강진구 더탐사 기자가 “김건희 씨 주가조작한 사실 알고 있었죠. 2011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만났죠”라고 질문하면서 포토라인으로 난입했다(관련기사 [단독] 도이치모터스 재판서 ‘김만배’ 이름 등장한 까닭).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풀단 질문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김 씨는 법무법인 태평양 법률대리인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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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월 24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해 취재진을 뚫고 준비된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만배 씨를 태운 차량은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취재 차량 20여 대가 따라붙었다. 당초 목적지는 수원 장안구 소재 아파트로 예상됐지만, 김 씨를 태운 차량은 그곳을 지나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때부터 취재진을 따돌리고자 속도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 씨와 취재진 간 새벽 추격전이 벌어진 셈이다. 김 씨는 출소하자마자 속도위반 교통법규를 위반한 셈이다. 한때 속도는 160~170km/h를 넘나들었고, 차선을 이리저리 변경했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취재 차량 대부분이 김 씨를 태운 차량을 놓쳤고, 약 10대만 쫓아가는 데 성공했다.

김만배 씨를 태운 차량은 한참을 달리다 여주IC로 빠져나갔다. 이윽고 차량은 새벽 1시 5분쯤 여주 시내에 있는 한 편의점 앞에 멈췄다. 김 씨와 태평양 법률대리인이 차에서 내리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뒤를 쫓던 취재 차량 10여 대도 일제히 멈춰 섰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라 이들을 놓쳤다. 몇몇 취재진만 김 씨를 따라 달리며 뒤쫓아 갔다. 뒤에 남겨진 기자들은 운전기사한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김만배 씨가 근처 아파트에 뛰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입구까지 쫓아가는 데 성공한 언론사는 일요신문을 포함해 3~4곳뿐일 정도로 치열했다. 태평양 법률대리인은 아파트 입구에서 기자들이 떠날 때까지 머물렀다.

이후 김 씨는 두문불출했다. 이날 오전부터 저녁까지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아파트 앞에서 김 씨를 기다렸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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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씨가 11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석방 후 공판서 만난 세 사람

다음날인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서 대장동 재판이 예정돼 있었다.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오전 9시 47분쯤 김만배 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에 대해 말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에게 금품을 나눠주기로 했나” “경기도지사 선거 자금 얼마나 지원했나”라고 질문했으나, 김 씨는 침묵한 채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도 출석했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김만배 씨는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 씨는 오전 재판 과정에서 중간 중간 메모를 하며 변호인과 얘기를 나눴다. 김 씨는 오전 11시 58분쯤 재판부가 점심식사를 위한 휴정을 선언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로 옆자리에 있던 유동규 전 본부장과 웃으면서 짧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재판정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에서는 ‘여주에서 오셨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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