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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전투 격화…앰네스티 “우크라군, 민간인 위험 빠뜨려”
한겨레10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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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투가 다시 격렬해지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4일(현지시각) 한 노인이 방어용 철 구조물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북부 지역에서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밀고 밀리는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4일(현지시각) 도네츠크 중부의 일부 지역을 장악했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주의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주변까지 폭격을 가해 원전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떨어진 민간인 거주 지역의 학교·병원 등에 진지를 구축하고 반격을 시도함으로써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주요 인권단체가 우크라이나군의 행태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중북부 지역의 도시 피스키에 적어도 2번 이상의 습격을 가했으나 이를 모두 격퇴시켰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스키는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2014년부터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시에서 북서쪽으로 10㎞ 떨어진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로,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분리독립 세력의 공격을 저지해온 곳이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의 올렉시 흐로모우 장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네츠크주 북부에 있는 슬로비얀스크에서 자국군이 마을 두 곳을 되찾았으나 좀더 남쪽의 아우디이우카 주변 마을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도네츠크 중부 지역에서 폭격을 당해 숨진 시신들이 거리에 방치된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 떠돌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인근 지역도 폭격해 원전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발렌틴 레즈니첸코 주지사는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자포리자 원전을 마주보고 있는 도시인 니코폴에 러시아군이 60발 정도의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격으로 50채의 민간인 주택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3월 초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해 통제하고 있으며, 원전 시설 내에 군을 배치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2일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안전을 보장할 조처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상황이 극도로 심각하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원전의 안전을 확인할 조사단 파견을 추진해왔으나, 두나라 군의 비협조 등으로 아직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몇㎞씩 떨어진 민간인 주거 지역 내의 학교와 병원 등에 진지를 구축하고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면서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에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이런 전술은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이날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동부 돈바스, 북동부 하르키우,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주민 면담, 위성 사진과 공격 무기 분석 등을 실시한 결과, 이런 전술이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3개 지역의 19개 마을의 민간인용 건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전개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0일 미콜라이우에서 숨진 50살 남성의 어머니는 앰네스티에 “군인들이 우리 집의 옆집에 머물렀고 내 아들이 그들에게 음식을 전달해왔다”며 “공격이 벌어지던 날 아들이 마당에 있다가 폭격을 당해 숨졌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옆집 현장에서 군 장비와 군복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돈바스의 주요 도시 리시찬스크 외곽의 주민 미콜라는 “우리 군인이 왜 전쟁터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무기를 발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고, 이웃 주민인 50대 남성도 “주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이 있는 게 분명하다. 주거 지역에서 무기가 발사되면 조금 있다가 반격이 가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앰네스티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등지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적어도 민간인 거주 지역에 주둔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불법적으로 표적으로 삼았다는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군이 방어하는 처지라고 할지라도 국제 인권 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앰네스티가 “테러 국가를 사면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어떤 조건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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