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이후에도 최소한의 수액 치료만 받으며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였던 이날 오전 7시10분쯤 구급차에 실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이후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녹색병원 앞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이송 후에도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며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이어 “최소한 수액 치료 외에는 일절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아직 기력은 전혀 회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전 10시쯤 녹색병원에 도착했다. 한 대변인은 “녹색병원은 단식 치료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녹색병원이 ‘YH사건’을 일으킨 YH무역이 있던 건물에 위치해 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병원 선정에 역사적 의미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YH사건은 김영삼 당시 신민당 대표의 의원직 제명과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지면서 유신 정권 붕괴의 도화선 역할을 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녹색병원은 운동권 인사들이 운영 재단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야권과 인연이 깊다. 임상혁 현 병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발족한 ‘경기도 노동정책자문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된 1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치검찰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느냐”면서 “병원 이송 소식을 영장 청구 소식으로 덮으려는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도주 우려가 없는 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는 건 괴롭히기, 망신 주기를 위한 목적”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비열한 영장 청구로 정치 검찰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 단식과 입원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르면 21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치수사·야당 탄압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입장은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연히 부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찰독재정권이 참 극악하고 무도하다”며 “이번 체포영장은 무조건 부결”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이후 가결 목소리를 냈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체포영장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부결 주장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부결될 경우 방탄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환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