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송시무스
흔히 집회에 나가는 나를 보고 사람들을 두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지고는 한다. “대단하다” 와 “너가 이런다고 전혀 세상은 바꾸지 않아. 포기해.” 같은 두 가지 대답 말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내 마음 속에서도 공존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어느 순간 에너지가 다 소모가 되어서 어느 순간 세상이 나 하나 목소리를 낸다고 바뀌지 않을 것을 잘 알아서 서서히 집회에 안 나가는 내 자신을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럴까? 나는 최근에는 집회에 잘 나가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출처: 송시무스 행진 직전의 사진
그러나 나는 지금 휘청거릴지언정 파도에서 떨어져 고난의 시간을 겪을지언정 잘 알고 있다. 내 자신이 아무리 사회 이슈에 피해간다고 해서 입 닫고 있는다고 해서 세상의 문제들은 전혀 바뀌지 않고 더욱더 심각해져 간다고. 나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전혀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다시 신발끈을 묶고 행진한 순간 그런 고민들은 사라졌다.
11월 18일 나는 이태원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묵묵히 행진했다. 단순히 트렌스젠더분들과 이 용산이라는 집단에서 밀려난 분들을 위해서 묵묵히 추모하는 마음으로 갈았던 것도 있지만 내가 그 분들 곁에 있지 못한 마음으로 반성하면서 행진했다. 내가 남들이 보기에는 더 아래로 가지 못하는 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아래로 아래로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호 한번 외치려고 한다. “용산은 젠더땅! 용산은 퀴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