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경파 의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지도부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연이은 ‘돌출 발언’들에 염증을 느끼고 등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높다.
지난 19일 민형배 의원의 북 콘서트에 참석한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해놔야 ‘반윤(反尹) 연대’가 명확하게 쳐진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굉장히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맞장구를 쳤다.
송영길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과 관련한 질문에 “(내년 4월 총선에서)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습관처럼 꺼내는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 행사에 참석했던 최강욱 전 의원은 소련의 공산주의 정권을 비판했던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거론하며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그러면서 “제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암컷’ 발언은 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강성 의원들 사이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이들을 제지하지 않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며 여성 표 이탈 조짐이 보이자 지도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21일 “최 전 의원의 발언은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며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강선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러 발언으로 인해 상처 입고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께 사과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제 입에서 나가지 않는 탄핵 얘기는 당론이 아니다”며 대통령 탄핵에 선을 그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해 돌출 발언이나 강경 발언이 잦아질 것이라는 한숨소리가 크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잊을만하면 습관처럼 도지는, 민주당의 막말 본능과 비하 발언이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때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구시대적 성인지 감수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