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잘 알겠습니다”라고만 답하고,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두 사람의 만남은 23분간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전에, 이 전 대표 문병에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병실에서 이 대표의 머리를 쓸어 넘기고 손을 잡은 채 단식 중단을 완강히 요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단식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내가 열흘 단식할 때 힘들었는데, (단식한 지) 20일이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의 결기는 충분히 보였고, 길게 싸워 나가야 한다”면서 “국면이 달라지기도 했으니 빨리 기운을 차려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는 걸 늘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이 “링거랑 수액만 맞고 곡기는 여전히 안 하신다면서요”라며 말을 건네자, 이 대표는 “(곡기) 생각이 없어가지고요”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이 녹색병원 앞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 대표는 “세상이 망가지는 것 같고,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아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이런 걸음까지 하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전하면서도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 대변인이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의 문병이 이 대표 단식 중단의 해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강권에도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인 미국 뉴욕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요구서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20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1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계파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가결해 달라’고 하는 게 제일 낫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문 전 대통령의 병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문재인 출당’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당의 큰 어른”이라며 “민주당이 하나로 단결해 적과 싸워야 할 지금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