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덜어주시던 밥이 그립습니다 - 4화

미카플렉13일 전


4화 - 덜어주던 밥 두 숟갈




사랑



할아버지께선 고모를 닮은 나를 유난히 예뻐하셨다. 특출 나게 예쁜 아이도 아닌데 누굴 만나도 입이 닳도록 내 자랑을 하곤 하셨다. 밥을 먹을 때면, 내가 또 밥을 남길 걸 뻔히 아시면서도 꼭 자신의 밥을 두 숟갈씩 내 밥그릇 위에 덜어 주곤 하셨다. 그때마다 먹성 좋은 둘째 언니는 질투하기 일쑤였다.


"나는 달라고 해도 안 주고. 미혜는 어차피 남길 건데 왜 할아버지는 미혜만 밥 더 줘요! 치! 미혜만 예뻐하고"


어렸던 언니의 마음이 상했을 것이 당연했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밥을 더 얹어주지 않아도 늘 밥을 남기는 아이였다. 그런 걸 알면서도 더 얹어 주는 그 밥이 할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인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그때만큼 넘치게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나는 각별했다. 당시 비포장 도로여서 불편했을 길을 몇 리나 걸어 장을 봐오실 때면 아무리 두 손 가득 짐이 무겁더라도 내 쌀과자를 잊지 않고 꼭 사 오셨다. 옛날 과자이지만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데, 그 과자를 보면 반사적으로 할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또 반면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좋아하던 우유 급식을 매일 남겨 집에 왔다. 들고 온 우유를 작은 주전자에 붓고 가스레인지 불에 따뜻하게 덥혀서 달짝지근한 설탕을 휘휘 저어 할아버지께 드리는 게 나의 기쁨 중 하나였다. 나도 먹고 싶던 우유를 참고 남겨와 드릴 정도로 나는 할아버지께서 우유를 드시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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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브런치북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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