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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교육부, 교과서에서 '제주4.3' 지우나
오마이뉴스1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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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과 관련한 전시장과 함께 관련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초중고 역사교과서에 제주 4·3에 대한 기술 근거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제주도 각계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교육과정'을 행정예고하면서 2018-162호 고시에서 기존 교육과정에 명시되었던 '학습요소' 항목과 '성취기준 해설' 부분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제주 4·3의 기술 근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4·3유족회를 비롯해 각계에서 비난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 4·3희생자유족회는 23일 성명에서 "역사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소중한 발자취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 소수나 특정집단에 의해 조작·가공되어서는 안 되며, 정치적인 이유로 방향성이 좌지우지되어서도 안 된다"라면서 "유족들은 교육부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며 시대착오적 발상을 조속히 철회하고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바로 세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의회도 23일 성명을 발표해 "교육부의 이번 행정예고본은 반드시 수정돼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통해 4·3을 교육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전교조 제주지부도 23일 "통일정부 수립운동을 배제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만을 탐구하게 되면 분단을 정당화하고, 제주 4·3사건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제주 4·3의 정의롭고 완전한 해결을 가로막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권의 숨은 뜻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문제점은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의 삭제'로 요약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주 4·3은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 데 알아야 할 학습 요소로 반영되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에 기술되어 있다.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은 그 자체가 교과서에 표현되지는 않지만 교과서 집필자가 이를 근거로 집필하고, 교사들도 이를 수업에 참고하고 있다.

교과서 개편을 위해 실시한 국민참여소통채널에 탑재된 공청회본 성취기준과 행정예고본 성취기준을 비교해 보면 윤석열 정권의 숨은 뜻을 엿볼 수 있다. 공청회본에서는 대한민국의 발전목표 항목에서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로 기술한 데 반해 이번 행정예고본 성취기준에는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로 되어 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이라는 현 정권이 강조하는 단어가 삽입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공청회본 성취기준 해설에서 "...미국과 소련의 분할 점령 이후 냉전체제가 형성되는 가운데 통일정부를 수립하고자 하는 노력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가 제주 4·3을 기술하는 근거로 여겨졌으나, 이 성취기준 해설을 아예 삭제한 조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끼워 놓은 배경을 묶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권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음을 상기해보면, 교과서에도 이같은 기조를 반영하려 한다는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부수립 과정 등 한국현대사의 일련의 흐름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기술한 교과서를 만들려 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치가 교과서 집필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습요소를 삭제했다고 하나 교과서 출판사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제주 4·3 관련단체 인사들의 우려다.

교과서에서 제주 4·3 관련 부분이 사라질 경우 4·3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불행했던 역사의 진상을 정확히 알려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는 교육목표가 크게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주 4·3이 제주도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닌 모든 국민들이 정확히 이해해야 할 역사라는 인식을 심어줄 '4·3의 전국화'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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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스 출판에서 나온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집중 주제탐구로 '제주 4.3 사건, 제주도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다룬다.
현재 학교급별 교과서 4·3 기술 현황을 보면, 중학교 역사교과서 7종 중 5종,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8종 중 8종에 실려 있다. 동아출판에서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3쪽에 걸쳐 무장봉기가 일어난 계기, 군과 경찰의 무력 제압 과정에서 무고한 도민의 희생, 여순사건의 발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정확히 서술하고 있다. 또 '흐름으로 보는 역사'라는 소항목에서 4·3 진행과정의 주요사건을 순서대로 그린 도표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제주 4·3 관련 주요 유적지 사진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모습, 신문에 보도된 왜곡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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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출판이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4·3 진행과정의 주요 사건을 순서대로 그린 도표를 보여준다.
2023년도부터 쓰일 초등학교 교과서 4종은 현재 전시본이 나와 있는 상태로, △제주 4·3사건의 비극 △제주 4·3사건에 대한 반성과 미래 등을 기술하고,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 △4·3 위령탑 △4·3 평화공원과 모자상 사진 등이 실려 있다. 이처럼 초중고 학생들에게 4·3 역사교육을 진전시키고, 최근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시작되는 등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려는 일련의 노력이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가 관계당국자들로부터 나오는 실정이다.

12월 중 교육부 고시로 확정

교육부는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개진을 11월 29일까지로 통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12월 중순경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 절차를 진행하면 최종적으로 12월 중 교육부 고시로 확정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은 교육과정 내 제주 4·3 기술 근거 존치를 위해 도민의 뜻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고시로 교과서 정책이 변경될 경우 실제 개정교과서가 학교수업에 사용되는 것은 2025학년도부터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찰국 신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련기관 종사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교과서 정책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외쳐온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이번 행정예고를 둘러싼 제주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제주 4·3뿐 아니라 한국현대사 나아가 다른 교과목에서도 커다란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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