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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본말전도 우려"… 국민연금 개혁 논점 흐리는 기초연금 공방
한국일보10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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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시한 '연금개혁 특위에 사회적 합의기구 마련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 개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좌초될까 불안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노인 100% 지급' 추진을 두고 국민연금 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연계돼 작동하는 만큼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정한 뒤 그에 맞춰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먼저 불거진 기초연금 인상 공방으로 논점이 흐려지면 자칫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민주당 소속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초연금 확대 추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을지', '더 내고 덜 받을지' 등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이 분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윤석열 정부의 노인 일자리 관련 예산 삭감에 반발해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법안 처리를 이번 정기국회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현 제도를 월 40만 원씩 모든 노인에게 주는 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연금을 내년 32만 원으로 올린 뒤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제시한 터라 민주당이 밀어붙일수록 정치권 공방은 가열될 수 있다.

"기초연금 또 확대? 국민연금·기초연금 모두 곪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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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안철수(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전문가들은 개혁 우선순위가 '기초연금-국민연금'으로 뒤바뀔 것을 걱정한다. 기초연금 인상이 먼저 결정될 경우 국민연금 개혁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공공연금센터장은 "기초연금을 확대할수록 재정 부담이 커진다"며 "미래 세대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부담을 모두 지우겠다고 할 수 없기에 국민연금 지급액을 깎자는 얘기밖에 할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은 2028년 40%로 낮아지는데,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국민연금의 기본 원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인상은 막대한 재정 투입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공개한 '공적연금 재정전망과 연금개혁 논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월 40만 원으로 인상되면 2030년 49조 원, 2050년 160조 원의 재원이 들어간다. 월 30만 원으로 유지해도 2030년 37조 원, 2050년 120조 원이 필요하다. 윤석명 보사연 연구위원은 "미래 세대인 젊은층 부담이 커지니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모두 곪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국민연금 안전성 강화부터 논의할 때"전문가들은 기초연금 성격이 당초 취지와 달라진 만큼, 국민연금 방향을 설정한 뒤 기초연금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은 2014년 '노인 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 많은 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에게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장해주는 보충제였다.

그러나 정치권이 주요 선거 때마다 제도적 보완 없이 기초연금 지급액을 높이는 바람에 성격이 모호해졌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현재 연금 개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논의한 뒤 기초연금의 향후 성격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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