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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주면 호구, 내가 2년 전세 연장하고 받은 것”
데이트저스트12일 전
역전세 대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와 매매 동반 하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본격 조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전세 시장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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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비드
11월 아파트 전셋값은 전국-2.36%, 수도권 -3.21%, 서울 -2.89% 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매매가격보다도 하락률이 컸으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전세 수요 감소는 대출 금리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작년 연 2~3%대였던 대출 금리는 어느덧 7~8%대까지 치솟았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서울 10월 기준 3.28%)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보증금 1억원 당 연간 월세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월세 전환율이 대출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목돈을 빌려 전세 이자를 내는 것보다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이 비용상 유리한 상황을 뜻한다.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른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아진 시세대로 전세를 받을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을 면접 보듯 심사하는가 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대출 이자를 월세처럼 다달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주는 경우는 흔하다.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해하는 집주인들의 사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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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것은 내부 수리나 가전제품 교체다. 작년 10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를 들인 사람은 에어컨과 화장실 변기·수도꼭지를 모두 교체해줬다. 세입자가 원하는 사양을 그대로 맞췄다. 집을 처음 내줄 때는 수리 계획이 없었는데, 몇 달 동안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안 나타나자 마음을 바꿨다. 해당 집주인은 “300만원 넘는 돈을 썼지만, 세입자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다른 집주인을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세입자의 집주인 면접 사연이 올라왔다. 서울 강남구의 40평대 아파트를 21억원에 전세를 내 준 직장인 박모(54)씨는 계약서를 쓰러 갈 때 회사 재직 증명서와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챙겨갔다. 세입자가 21억원이나 되는 보증금을 믿고 맏겨도 될지 임대인의 재무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면서 증빙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응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를 내놓은 지 거의 한 달 만에 어렵게 잡은 세입자였기 때문이다. 박 씨는 “2년 전에는 세입자를 골라가며 받았는데 이번엔 세입자 눈치를 봤다”고 했다.

집주인의 '역월세' 제안도 흔하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들어간 세입자가 계약 연장때 일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내는 격이다. 세입자에게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보다 다소간의 월세를 주는 게 낫다는 계산에 따른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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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을 분석한 결과 작년 10~11월 계약 중 보증금을 낮춘 감액 거래의 비율은 13.1%로 직전 분기(4.6%)의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 18%가 2년 전에 비해 보증금이 낮아졌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금이 없어서 보증금을 시세만큼 낮출 수 없는 집주인 중에는 세입자에게 역으로 매달 얼마씩 주는 경우도 있다”며 “보증금 1000만원당 4만~5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세입자가 계약 기간 중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바람에 집주인들이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2020년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에선 갱신 계약의 경우에 계약 기간(2년) 중이라도 세입자는 3개월 전에 통보만 하면 얼마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선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나마 이런 당근을 제시할 여력이 있는 집주인들은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곳곳에서 전세금을 둘러싼 분쟁이 생기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세입자 A씨는 전세 만기가 지나도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했지만,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결국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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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가 성행했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전세금 반환을 놓고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했다. 앞으로 비싼 전셋값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계속 줄어들 전망이라 보증금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전셋값 급락을 견디지 못해 집을 급매로 던지는 경우도 나온다. 전세 끼고 집을 샀던 갭 투자자들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자 시세보다 싸게 처분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세보다 2억~3억씩 낮은 가격에 나오는 매물들은 2~3년 전 갭 투자로 산 것이 많다”며 “전셋값 하락이 장기화하면 이런 매물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전반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서 내년 봄 이사철까지 전세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외곽 지역에선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깡통 전세’ 피해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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