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보단 글쓰기를 추천하는 이유

달보22일 전

물론 둘 다 하는 게 좋다



책은 안 읽어도 괜찮다. 독서가 주는 장점은 간접경험을 효율적으로 최대한 많이 해볼 수 있다는 것인데, 책도 결국 하나의 간접 경험에 불과하며 삶의 경험은 꼭 책 속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글은 꼭 써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내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제대로 꺼내 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무엇이 들어오는지 평소에는 잘 모른다. 먹고사는 것만 해도 정신없고 바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면은 항상 소용돌이치고 있으며 머릿속에 수많은 잡생각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하나하나의 생각들은 미세하게나마 사람을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변하는 자신의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아보는 방법이 바로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스스로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게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싶다면 내면을 쥐 잡듯 쓸어다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건 한 사람 안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사람 한 명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넓어 보이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 안에 모든 게 담겨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세간의 진실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본다.


난 모든 깨달음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특정 계기를 맞이하거나 혹은 누군가에 의해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건 이미 마음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애초에 마음에 전혀 없었던 거라면 누가 대놓고 떠먹여 줘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고,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모르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 둘 다 좋은 활동이지만 독서는 글쓰기에 비하면 수동적이고, 글쓰기는 독서에 비하면 능동적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은근히 읽는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정작 내용은 마음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실제로 크게 변화하는 것도 없는데 단순히 완독한 권 수에 집착한 나머지 책을 미친 듯이 읽는 사람들도 많다. 안 읽는 사람들 보다야 물론 낫지만 제한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효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책 속에 아무리 길이 있어도 너무 길만 파고들면 권태가 오는 법이다. 자신은 꾸준히 독서를 한다며 스스로를 칭찬할진 몰라도 계속 엇비슷한 내용만 반복해서 읽게 된다면 어느 지점 이상으론 나아갈 수 없다.


그에 비해 글쓰기는 본인이 직접 하는 행위이다. 독서도 그렇게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글쓰기에 비하면 훨씬 편안한 활동이다.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책을 읽으면 그만이다. 글쓰기도 쓰다가 도무지 더 쓸 만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으면 덮으면 그만이지만, 그 찝찝함이 독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책은 새로운 책을 읽으면 금세 또 재미가 붙어서 다시 읽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글쓰기는 몇 번 막히다 보면 그 불편함이 자꾸만 떠올라 다시 쓰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독서는 내 안에 무언가를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나중에 기억나는 게 없을지언정 주입하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글쓰기가 잘 되지 않을 때는 그 무력함이 생각보다 강하게 덮쳐온다.


하지만 처음의 불편함을 조금만 이겨 낸다면 글쓰기는 쉽게 할 수 있다. 독서보다 글쓰기를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글쓰기에 맛을 들이면 독서를 하는 게 방향이 잡히기 때문이다.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책 속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만 만족했던 사람도 글을 쓰게 되면 책 속의 내용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책을 읽게 된다. 나 같은 경우도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쓰기 위한 독서로 바뀌었다. 그때부터는 책을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읽는다. 어쩌다 좋은 책을 만난다면 책 속에 글감이 얼마나 많은지 노다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독서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는 꼭 해봤으면 좋겠다. 남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나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건 범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질적으로는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차이가 난다.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전부 남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들이 내 삶에 맞는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그때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요, 정답일 것이다.


삶 자체는 고통이기도 하지만 그만한 축복도 없다. 어차피 태어나 죽지 못해 살아가는 거라면 다채로운 세상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는 게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게 아닐까. 나를 알고 세상을 알수록 삶은 아름다워진다. 아는 만큼 괴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결국엔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늦기 전에 글을 써 보자. 내 안에는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우주가 담겨 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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